세브란스병원 고홍 교수에게 듣는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담즙 배출에 관여하는 '단백질' 문제로 나타나는 유전성희귀질환
특성 다른 여러 아형 有…대부분 '간경변' 진행·'간암'으로 악화도
가려움 심해 성장장애 초래…현재 가려움 다스릴 약제 국내 없어
담즙재흡수억제 신약 나와…국내 1호 허가·급여트랙 약제로 선정
가려움에도 효과…평생 면역억제제 복용 필요한 '간이식' 줄수도

우리 몸에서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에 깊히 간여하는 '담즙'은 장간순환(Enterohepatic Circulation)을 한다. 간에서 만들어져 장으로 이동한 담즙은 재흡수 과정을 거쳐 다시 간으로 돌아오기를 우리 몸에서 '혈액순환'처럼 반복한다. 그런데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담즙 배출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장간순환이 막히는 일이 아주 희귀하게 생기기도 한다. ABCB11, ABCB4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간에 담즙이 정체돼 간을 망가뜨리는 유전성희귀질환인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PFIC)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국내 100명을 넘지 않는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계되는 희귀질환인데, 담즙 배출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다른 여러 아형으로 또 나뉘어진다. 이 병의 가장 큰 문제는 간에 담즙이 정체돼 어린나이에 대부분 간경변이 오고, 이로 인해 간이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심한 가려움으로 잠조차 이루지 못할만큼 괴로울 때의 치료 대안도 현재는 간이식밖에 없다. 최근 간이식 비율을 낮출 신약 개발로 치료환경 변화가 예견되는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에 대한 모든 것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어떤 병인가?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반반씩 받는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담즙 배출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받게 되면서 발병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설계도면의 오류와 같은데, 이 병의 유전자 돌연변이는 담즙 생성이 아닌 생성된 담즙의 이동 과정에 문제를 유발해 담즙이 머물러 있는 곳은 과하게 넘치게 되고 이동해야 되는 곳에는 부족해 문제를 초래한다. 현재 9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밝혀져 있고 그 종류에 따라 아형을 분류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각 설계도면의 오류가 달라 증상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결국 간경화로 진행하며 간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또 현재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9개 아형으로 분류하지만 앞으로 바뀔 수 있다.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가 밝혀져 더 많은 아형이 생길 수 있고 더 많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밝혀지면서 아형을 분류하는 방식이 변할 수도 있다. 실제 이 병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돌연변이가 있을 때 진단하는데, 진료한 환아 중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이 강력히 의심되지만 유전자검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던 2명의 환아가 있었다. 이들에게 돌연변이가 없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익히 알려진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다는 것이지, 새로운 돌연변이가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의 전 세계적 유병률은 적어도 10만 명당 1명꼴로 알려져있는데, 국내는 어느 정도의 환자가 있나?

국내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유병률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문헌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국내는 두 자리 수의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두 자리 수도 후반대는 아닐 것이다. 국내는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가 국외보다 적게 발병할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 이유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살아온 인류 진화상의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친족 간 결혼 문화가 존재한) 유럽과 미국보다 우리나라에 적게 발현되며, 이는 지역과 인종 등의 차이로 여겨진다. 

- 국내 가장 많은 유형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2형만 간경변에서 간암으로 진행하고, 다른 아형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맞는가?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되고 있지만, 이는 잠정적 결론이다. 그 외의 아형도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없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은 간경변에서 간암으로 진행할 때까지 그대로 두는 의사가 없다. 보상성 간경변(간경변 초기여서 증상이 거의 없는 단계)일 때 이미 간이식 준비에 들어간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으로 인한 보상성 간경변은 비보상성 간경변(간경변이 꽤 진행돼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 그 이후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 알코올성 간경변은 원인이 되는 술을 안 마시면 간경변 진행이 거의 멈추는데 반해 유전질환인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그렇지 않다.

또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의 진행은 알코올성 간경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굉장히 빠르다. 환자마다 개인 차는 물론 있지만,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현재 상황에서 증상 완화를 위해 UDCA(우르소데옥시콜산, 담즙의 성분으로 간세포를 보호함) 등을 복용하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일 때 일반적으로 1~2년 이내 혹은 그 보다 빠르게 간경변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있어서 환자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간이식 같은 치료적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는 현재 어떤 경로로 진단되나? 

황달(담즙의 색소 성분인 빌리루빈 수치가 상승돼 인체에 착색되는 증상)로 눈의 흰자나 얼굴이 노랗게 돼 병원에 오거나, 건강검진에서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또 탈장이나 맹장염 수술 등의 이유로 피검사를 하거나, 감기나 장염으로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기 위해 피검사를 하다가 발견되기도 한다. 보통 성인 환자는 동네병원에서 총빌리루빈, 직접빌리루빈, 감마지티피(γ-GTP=GGT) 수치 등 간기능 수치를 세부적으로 다 확인해서 소견서만 봐도 진단이 잡힐 정도로 오지만, 애기들은 동네병원에서 빌리루빈 수치가 높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학병원에 의뢰돼 찬찬히 검사를 하면서 진단된다. 

그런데 황달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될 것이 있다. 신생아기 때는 정상적으로 '생리적 황달(신생아의 간기능이 완전히 성숙되지 못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같이 특수 원인으로 병적 황달이 생긴 것과 생리적 황달은 구분이 필요한데, 이를 구별할 체크포인트 시기가 있다. 생후 4주는 B형간염 예방접종 시기인데, 이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는 동네병원에서 병적 원인의 황달을 빨리 알아채 대학병원으로 보내준다. 그때 놓치더라도 생리적 황달이 많이 없어지는 생후 두 달째 로타바이러스 등 예방접종 스케줄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한 번 더 체크하면서 거의 놓치지 않고 발견된다. 

그런데 요즘 동네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많이 닫으면서 이같은 중요한 체크포인트 시기를 놓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가는 질환은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이외에도 많은데, 동네 소아청소년과병원이 문을 닫아 예방접종을 맞으러 보건소나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의 동네병원에 가게되면서 병적 황달을 야기하는 질환들을 놓쳐 진단이 늦어지기도 하는 상황이다. 

- 황달이라는 공통적 증상 이외에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아형 별로 증상에 특징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육안으로 구분 가능한 증상들인가?

육안으로 구분은 안 된다. 어떤 아형은 설사가 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아형 별로 병의 발현시기가 다르다는 특성 등이 약간 있지만, 그런 특성을 절대적인 진단 기준이나 아형 구분의 기준으로 두지 않는다. 현재는 혈액검사와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이 병의 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혈액검사를 해보면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1형과 2형은 황달이 있는데, GGT는 정상이다. 3형은 황달이 있으면서 GGT도 높게 나오는 편이다. 

GGT는 담도라는 관 안에 숨어서 기능하는 효소다. 1형과 2형일 때 GGT가 정상인 이유는 간에서 만든 최종 산물인 빌리루빈이 담도로 넘어갈 때 이곳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넘어가는 까닭이다. 3형 같은 경우는 1형, 2형과 다른 위치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빌리루빈이 간에서 담도로 넘어갈 때 담도에 손상을 유발해 GGT가 같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처럼 GGT 수치로 주된 아형을 거시적으로 구분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어서 결국 유전자검사로 확진하고 있다.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어릴 때 거의 발병하지만, 성인일 때 발병하는 유형도 있다고 하던데 성인은 어떻게 진단되고 있나?  

이 병은 진행성질환이고 불량한 예후여서 대부분 어려서 진단된다.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황달인 상태로 살다가 진단된 사람은 거의 없다. 성인기에 발현이 시작되는 매우 희귀한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아형이 있지만 이때는 혈액 수치가 크게 높지 않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 이런 까닭에 피부가 원래 노랗다고 생각하는 등 기질적 문제로 알고 살아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성인일 때 진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대 이하는 피검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더 들어 건강검진을 하면서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 2차검사로 총빌리루빈과 GGT 수치 등을 확인하다가 진단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일은 아닌 것이다. 

- 빌리루빈 수치 등을 통해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가 추가적으로 이뤄지나?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라고 강하게 의심이 들 때는 유전자검사를 바로 하고,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인 것이 모호하면 조직검사를 한다. 간조직에서 통로를 이루는 단백질(channel protein)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특이적으로 붙을 수 있는 항체(antibody) 세트들을 붙여보는 면역조직화학(Immunohistochemistry) 검사를 하는데, 이때 간조직에 발현이 안 된 단백질이 있을 경우 특정 항체가 붙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보고 이상이 있는 단백질을 알아낼 수 있다. 이같은 조직검사 기법을 통해 FIC1 단백이 없으면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1형인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혈액검사에서 총빌리루빈, 직접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가 있는데, GGT 수치만 정상인 경우는 아주 드물다. 담석증이나 알코올성간질환 등과 같은 질환 99.9%에서 GGT가 같이 올라가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특이하게 GGT 수치만 정상인 질환에 대한 리스트가 이미 있다. 그 리스트 안에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이 있고, 현재 GGT 수치만 정상일 때 국내 가능한 검사가 유전자검사여서 이 검사를 한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은 유전자검사를 하면 되는데, 다른  희귀질환은 색층분석법(Chromatography, 분자로 분리하는 검사) 기법을 통해 확인된다. 그런데 이 검사는 국내 가능한 곳이 없다. 

- 황달과 설사 이외에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의 주요한 증상 중 하나가 가려움인데, 아형 별로 양상이 다른가?

아형 별로 소양증(가려움증) 정도를 말하기는 어렵다. 또 혈액검사의 어떤 수치도 가려움증의 정도와 비례하지 않는다. 여러 상태로 봤을 때, 진짜 가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환자 중 안 가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이 정도면 심하게 가렵지는 않겠다 싶은데 피나게 긁는 환자도 있다. 소양증은 개인 차가 크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

-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환자들의 가려움증은 어떻게 조절하고 있나? 

예전에는 콜레스티라민이라는 약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산이 중단되면서 못 쓰고 있다. 콜레스티라민 외에 리팜피신 같은 항생제를 시도할 수 있다고 문헌에는 나와있지만, 실제 써보면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경험 상 리팜피신을 투여했을 때 효과를 본 환자가 한 명도 없다. 현재는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으로 가려울 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환아 부모에게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 '지구 끝까지 갈 것만 같다'고 하면 간이식수술을 하자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둔다. 보통 간이 나빠졌을 때 간이식을 하지만 소양증으로 한순간도 아이가 잘 수 없을 때도 간이식을 고려하는 것이다. 

- 가려움증이 극심하다고 대수술인 간이식수술을 시도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 병은 진행성질환으로 예후가 나쁜데다 진행도 빠른 편이다. 또 비대상성 간경변까지 악화되지 않더라도 소양증이 너무 심해서 아이가 못 자고, 못 먹는 상황이면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서 성장부전이 온다. 아이가 제대로 크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소양증이 극심하면 간이식수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의 표준치료는 현재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치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현재 표준치료는 없다. 환자에 맞춰 다양하게 치료가 이뤄진다. UDCA는 기본적으로 쓴다. 하지만 UDCA는 간손상이 생기면 조금 빨리 회복시켜주는 정도의 약이지 치료제가 아니다. 담도배액술(관을 넣어서 고인 담즙을 빼주는 치료법) 같은 치료법은 불편감, 감염 우려와 더불어 소아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 때문에 현재 하고 있지 않다. 이런 치료법은 결국 임시방편이거나 응급조치이기도 하다. 또 최근 개발된 장에서 담즙의 재흡수를 억제해주는 IBAT억제제는 현재 국내 허가되지 않아 쓸 수 없고, 약제의 효과가 100% 병으로부터의 해방도 아니다. 지속적인 투약을 통해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으로 인한 간손상을 막는 치료다. 

현재 가능한 모든 방법은 다 부분적이고 간접적이며 간에 담즙이 정체되는 문제를 영구히 해소시켜 주지는 못해서 결국 간이식 수술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간이식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간을 이식하면 정상 작동하는 부분이 생겨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이 해결될 수 있지만, 간이식 자체로 인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이식거부반응 등 이식에 수반하는 문제들을 평생 안고 가게 된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이 감염과 암인데, 이것도 똑같이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식한 아이들은 무조건 세 달에 한 번씩은 병원 진료를 꼭 봐야 한다.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의 궁극의 치료법은 유전자치료이다. 오류난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전자가위를 통해 수정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치료인 것인데, 현재 이 병에 유전자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 IBAT(Iieal Bile Acid Transporter, 회장 담즙산 수송체) 억제제인 오데빅시바트는 지난해 '허가평가협상연계’ 시범사업 대상 1호 약제로 선정돼 빠른 허가와 급여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약이 국내 도입되면 어떻게 쓰일 것으로 생각하나?

담즙이 간으로부터 나오면 95% 정도는 장에서 재흡수되는 장간순환을 하는데, IBAT억제제는 장에서 재흡수를 통해 담즙이 계속 순환되는걸 막는 약제다. 간손상을 막는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고, 소양증에도 월등한 효과가 있다. 혈액 중에 돌아다니는 담즙산(Bile Acid) 농도를 직접적으로 떨어뜨려 주기 때문에 가려움의 원인을 해결해주는 까닭이다. 오데빅시바트 연구데이터를 보면 현재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들의 가려움증을 조절할 약제가 없는 상황에서 IBAT억제제가 가려움증에 충분히 도움이 될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는 거의 소아이고, 너무 어릴 때는 간이식을 할 수도 없다. 아이가 성장해 간이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간을 유지시켜 주는 목적으로 이 약을 쓸 수 있는 것 같고, 이런 목적으로 투여를 시작했어도 약의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괜찮아 간이식 없이 평생 유지될 것 같다면 쭉 치료를 끌고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내 도입되면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모든 환자에게 써보고 싶다. 일부라도 담즙의 재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간손상은 적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 소아에서 간이식수술이 가능한 최소 나이는 어떻게 되나?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뿐만 아니라 소아 간이식에서 이론적으로는 생후 3개월이 지나면 간이식을 받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생후 12개월 아이가 가장 어렸던 것 같다. 뇌사자를 기다려서 받으려면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지방간 등의 이유로 이식 가능한 간을 보유한 아빠가 거의 없어서 아빠로부터의 기증도 아주 드물다. 그러면 엄마한테 받아야 하는데, 국내법에서는 출산 90일까지 엄마는 장기 기증과 수혈이 안 된다. 법적으로 산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엄마가 조직적합성이 맞아도 아이가 3개월을 버텨야 된다. 이같이 소아 간이식이 쉽지 않아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자는 아니었지만, 6명의 아이를 하늘로 보냈다.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진단 뒤 어떻게 병원에서 질환 관리를 하나? 

일괄적으로 정해진 진료 주기나 치료 순서는 없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정기검사와 진료 간격이 다르다. 6개월 간격으로 보다가 상태가 좋지 않으면 2~3개월 마다 진료를 보기도 하는 식이다. 병원에 올 때마다 기본적으로 간기능검사라고 부르는 혈액검사를 한다. 또 간 손상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도 하는데, 초음파검사로는 물 밑에서 생기는 간손상을 보기에 한계가 있어서 탄성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또 한다. 탄성도를 측정하는 검사는 혈액검사도 있고 간성분 스캔이나 MRI가 있는데, 요즘은 초음파로 탄성도를 재는 초음파검사도 나와서 병의 진행 상태를 확인한다. 

-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일 때 부모가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나?

흑염소 등 간에 좋다고 속설로 알려진 음식들은 먹이지 말아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똑똑해서 그런 음식들을 안 먹이기는 한다. 음식을 골고루 잘 먹이면 된다. 또 지용성 비타민을 고용량(메가도즈)으로 꼭 챙겨 먹이라고 한다. 지용성 비타민은 담즙에 의해 분해, 흡수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할 수 있다.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결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고 아주 오래 천천히 영향을 준다. 비타민D 부족은 어렸을 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키가 덜 자라거나 나이 들어서 골다공증이 빨리 오거나 할 수 있다. 

- 평소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환우나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아이가 간이식을 해야 하는 상태가 되면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가 너무 많다. 간이식을 진행성가족성간내담즙정체증 관리를 위한 힘든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사히 잘 건너면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식이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식이라는 어려운 다리를 건너 아이가 앞으로 쭉 걸어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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