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이다. 두바이에서 온 25세의 여자 환자가 있었다. 수년 전에 이미 좌측 대퇴골에 발생한 저(低)악성도의 골육종으로 진단을 받고 두바이에서 수술도 받은 적 있다. 골육종은 대개 악성도가 아주 높은데, 간혹 악성도가 낮은 저 악성도의 골육종도 있는데, 보통의 골육종에 비해 전이나 재발이 적어서 예후가 좋은 편이다. 여러 나라에서 치료 상담을 했다고 한다. 가지고 온 각종 병원의 검사 서류만 해도 꽤 많았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서류들인데, 저 악성도의 골육종이라는 병리 보고서였다. 메이요 클리닉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단정하게 생긴 중년의 남성분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소위 말하는 쥐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한번 맡아본 사람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있다. 사람살이 썩을 때 나는 냄새인데, 아마 한국 전쟁 때 사방에 쥐 섞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하는데, 바로 그 냄새다. 외견상으로는 어디가 문제인지 알 길이 없을 정도로 외모가 반듯한 분인데, 엉덩이에 종양이 있다고 해서 커튼을 치고 엎드린 뒤, 바지를 내리고 보고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참외만 한 혹이 엉덩이의 중앙에 떠억하니 있다
암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문득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날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저녁 잘 먹고, 밤새 안녕할 것인지, 한 며칠 앓다가 갈지, 그도 아니면 중병에 걸려서 엄청나게 고생하다가 갈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다기보다는 걱정이다. 환자 또는 주변의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보면서 어느덧 나도 나의 죽음을 걱정할 나이가 된 것인가 보다. 꽤 오래전이다. 60대 중반의 빗장뼈에 발생한 다발성 골수종 환자분이 있었다. 첫 진료 당시에는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여명은 2~3년 정도를 봤었다. 내게 남은 생을 어느 정도
우스갯소리지만 의사들의 농담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와 목사님이 가장 다루기 힘든 환자라는 말이 있다. 뭐라고 할까, 아마도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융통성이 없다는 의미지 싶다. 그래서인지 직업이 목사님이라고 하면 살짝 다시 보게 되는데,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목사님 환자가 있었다. 내게 처음 왔을 때는 아마 50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내게 진료 받은 지도 10년이 넘으니 이제는 70대를 바라보지 않으실까? 대형 교회 목사님은 아닌 것 같고, 작은 교회를 운영하고 계신 듯하다. 목사님의 병은 왼쪽 팔에 생긴 점액성 육종이라는 것이
정형외과 수술 대부분은 불편해진 부위를 편하게 만들거나, 없던 조직을 새로 만들어주는 경우다. 무릎이 아파서 진찰 한 결과, 연골판 손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손상된 연골판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고, 어깨가 아파서 진찰 결과 회전근개가 파열됐다고 하면 손상된 부위를 복원하는 것이다.또 외상으로 인해 피부를 비롯한 조직이 손상되면 신체의 어디선가 다른 조직을 돌려서 손상된 부위를 복원해 주는 것인데, 종양 쪽 수술은 대부분 멀쩡한 조직을 포함해서 통째로 드러내 버리고, 때로는 그대로 두기도 하고, 기계를 넣기도 하고 드물게는 사체에서
의사도 젊은 시절에는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암 치료는 아무것도 안 하고 두고 보는 것부터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이 있는데 젊은 의사 시절에는 수술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다. 뭐라고 할까? 운전면허 따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면 면 이제나저제나 운전하고 싶어 하는 그런 거라고 할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환자와의 관계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면 수술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신중해지고 방어적으로 되는데,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암 전공 외과 의사가 고민스러울 때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가 의과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로 살고 있고, 자식을 의사로 둔 아버지로 살고 있지만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나는 단 한 번도 반드시 내 자식을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의사가 되라고 말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 인생에서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자살을 왜 자살이라고 표현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의 충동을 느꼈는데 그중 대부분이 의사라는 직업 때문이었기 때문이다.전에도 말했지만, 골육종은 아주 드문 암인데 그 와중에 잘 발생하는 부위는 무릎 위, 아래 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사건은 대퇴뼈 말단부,
골육종 환자를 수술하면서 나는 평균 어느 정도의 수혈을 할까? 전혀 관심 없던 수혈이 갑자기 궁금해진 적이 있다. 내 실력이 같은 직종 의사들의 평균이라고 가정하고 내 수술에서의 수혈률을 조사해 본 적이 있다. 평균 7파인트(파인트는 혈액백의 단위)를 써왔다. 조사한 시점이 2012인데 그때까지는 그랬다.대개 이렇다. 골육종 환자는 통상적으로 진단 후 2회 정도의 항암치료를 받는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그렇게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이 장에서 설명하기는 그렇고, 아무튼 그렇게 한다. 2차례의 항암치료를 한 뒤 수술을
골육종은 뼈의 성장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골암(뼈암?)이라는 설명을 앞에서 한 바 있다. 대학병원을 위시한 대부분의 수련 대형병원들의 외과계는 주로 암환자를 위주로 진료하기 때문에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은 자기 분야의 암 환자 진료에 익숙한 데 반해 정형외과는 전공의 시절에 암 환자를 보기 어려워서 종양학을 전공한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사실 뼈나 근육암을 초기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상대하는 환자들이 외상이나 관절염, 척추에 발생하는 소위 말하는 디스크 환자다 보니 드물게 뼈에 뭔가가 보이면 화들짝
정형외과 전문의라고 하면 떠오르는 분야는 외상, 골절, 척추, 인공관절 등이다. 환자군이 많고 흔히 접할 수 있는 분야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전공은 대부분 “그런 분야도 있어요?”라고 묻는 근골계 종양학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뼈나 근육에 생기는 종양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다."뼈나 근육에도 암이 생겨요?"라고 궁금해하는데 당연히 암이 생긴다. 그런데 아주 아주 드물게 생긴다. 종종 이런 반응을 듣기도 한다. “아, 골수암이요?”라고. 그런데 골수암은 또 아니다. 물론 뼈에서도 발견되지만, 기본적으로 골수암(?)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