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만성콩팥병 환자들 8월 폭염에 유비무환 필요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는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장마 끝에 무더위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고혈압과 당뇨‧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자들의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8월 더위에 만성질환자들은 건강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고혈압 환자에게 에어컨 바람 직사 안 좋다

고혈압은 대개 겨울철에 더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름은 겨울 못지 않게 고혈압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폭탄을 숨기고 있다.

대표적인 위협 요인은 우선 폭염이다. 무더위에 노출된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흘리는 등 열을 최대한 방출하려고 한다.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낮아지게 되고, 심하면 정신을 잃는 열실신까지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으면 이런 상황에 더 노출되기 쉽다. 특히 고혈압 약과 전립성비대증 약물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 혈관이 더 확장돼 체위성 저혈압이 유발될 위험을 높인다. 고혈압 환자는 혈관의 탄력성이 낮아 혈관 확장을 통한 혈압 조절 능력이 저하돼 있기 때문이다.

실내 냉방으로 인한 온도 변화도 고혈압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와 말초혈관을 급격히 수축한다. 이때 혈압이 상승한다. 이에 따라 작게는 혈류 변화로 인한 수족냉증‧두통부터 크게는 심뇌혈관 증상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를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한다. 긴 소매 옷이나 양말 등으로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흡연을 금하고 이뇨작용을 증가시키는 커피‧콜라, 음주도 자제해야 한다. 혈액 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30분씩 꾸준히 하는 것도 혈관 탄력을 높여 혈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산 차병원 순환기내과 김미현 교수는 “겨울철 낮은 기온으로 혈관이 비교적 수축된 상태를 기준으로 혈압약을 처방‧복용하다가 여름에 혈압이 크게 떨어져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며 “여름철에 두통‧현기증이 잦아지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머리가 ‘핑’도는 저혈압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혈압을 낮추는 약의 복용량이나 종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 있으면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

당뇨 환자도 여름철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당뇨환자에게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중요하다. 무더위로 식습관 등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거르게 되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어지럼증이나 떨림, 심하면 혼수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과일이나 음료수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면 고혈당이 올 수 있다.

탈수 증상도 당뇨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여름철 땀으로 탈수가 되면 혈당이 올라간다. 이때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혈관이 쉽게 막힌다.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면 심할 경우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벼운 복장에 따른 피부 노출과 물 접촉 등으로 생기는 피부질환도 당뇨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자외선 노출로 백내장 등의 안과 질환 발병률도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당뇨 환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수다. 물을 많이 마시면 당뇨 증상에 심해진다고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갈증을 해소할 정도의 물을 마셔야 혈당의 추가 상승을 막을 수 있다. 한 번에 다량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자주 마시는 편이 좋다. 하지만,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혈당을 올려 갈증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운동이 당뇨환자들에게 좋다. 기온이 너무 높지 않은 아침이나 저녁 이후 시간을 이용한다. 열대야에는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일산 차병원 내분비내과 임창훈 교수는 “여름철에는 당뇨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운 만큼 평상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외출 시에는 탈수와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생수 1병과 사탕 2개를 챙기고, 눈과 발을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와 모자‧양말‧운동화 등을 꼭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투석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물 적게 먹고 칼륨 과일 든 여름과일 피해야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여름에 괴롭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28.8℃를 기준으로 기온이 1℃ 상승할 때 콩팥 기능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23.3% 증가했다.

여름철 콩팥 건강을 좌우하는 요소는 체내 수분과 칼륨이다. 특히 수분은 체내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량의 땀을 흘려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한다. 이때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반면 투석치료를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무더위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분 섭취를 늘리면 전신부종이나 폐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칼륨도 주의해야 한다. 칼륨은 근육 작용에 관여하는 필수 전해질이다. 문제는 이러한 칼륨의 90%가 콩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배설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칼륨이 축적된다. 이 경우 사지저림과 부분마비, 전신무력감 등은 물론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쳐 부정맥과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여름철 수분과 칼륨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수분 섭취는 환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투석치료를 받지 않고 있으면 소변을 본 양만큼의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수분 배설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어 수분 섭취를 300~500cc 정도로 제한된다. 빨대를 이용하거나 얼음으로 섭취하는 편이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은 되도록 피하고, 채소도 물에 데치는 등 칼륨을 줄일 수 있는 조리법을 활용한다.

일산 차병원 신장내과 이미정 교수는 “콩팥병환자들에게 물은 평소 생활습관을 통해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사요법만으로 질환을 고칠 수는 없는 만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