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과병원 정종진 교수 "시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같은 현상 나타난다면 병원 찾아야"

40대 중년 이후 눈에 발병하는 백내장과 녹내장에 대해서는 어지간하면 들어봤다. 백내장은 수정체의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노화현상으로 연간 100만명 이상이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60~70대 10명 가운데 7명이 백내장 진료를 받을 만큼 흔하다.

녹내장은 백내장에 비해 40대 이후 유병률은 2% 정도로 낮지만 치료가 어렵고 돌이킬 수 없는 실명을 일으키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백내장과 녹내장 외에도 흑내장(黑內障)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흑내장의 정확한 의학용어는 ‘일과성흑암시’(amaurosis fugax)다. 흑내장은 바른 용어는 아니지만, 백내장과 녹내장에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지는 '흑내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과성흑암시가 생기면 “순간 눈 앞이 깜깜해진다”고 표현한다. 일과성흑암시는 수 초에서 수 분 정도 증상이 나타났다가 되돌아 온다. 앉았다가 일어나면 순간 ‘핑 돈다’고 표현하는 기립성 저혈압과도 구분된다.

겉으로 보기에 이상이 없지만 검은 커튼이 쳐져 있는 것처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력장애가 일어나는 증상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안과적으로 급성 폐쇄강 녹내장이 와도 일시적으로 깜깜해 보일 수 있다. 망막박리가 되도 일과성흑암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망막박리는 안과에서 응급질환이다. 빨리 수술해야 한다. 시신경염도 일과성흑암시를 일으킨다.

신경과적으로는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의 전조증상으로 오기도 한다. 2% 가량에서는 뇌졸중이 발견된다. 뇌로 연결되는 경동맥협착 환자 15% 가량에서 일과성흑암시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이럴 경우 MRI 검사를 권유한다.

만약 시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흑암시는 유전자 결핍에 따라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레버선천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에서도 사용된다. 이 질환은 RPE65라는 유전자 결함이 발생해 망막에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일으킨다.

일과성흑암시는 다른 안과 질환이나 증상들과 달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환자 수가 많지 않고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다. 레버선천흑암시의 경우, 발병 원인인 유전자 결핍에 대해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을 연구개발 중에 있다. 주사 치료제가 개발되어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되었지만 1회 투여비가 매우 비싸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정종진 교수는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801회-흑내장은 처음이지?> 편에 출연, “사물이 얼룩져 보이거나 동그랗게 보일 수도 있다”며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의 일부분이 확 좁아지면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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