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하고 나른한 봄날. 자꾸만 감겨오는 눈꺼풀을 밀어올리려 애쓰게 되는데요. 단순히 졸린 것에 그치지 않고 나도 모르게 기절하듯 잠에 빠진다면 춘곤증이 아닌 '기면증'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졸음이 밀려와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신경정신과 질환을 말합니다. 주로 15세~35세 사이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데요.

 

기면증의 대표 증상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낮에 '통제할 수 없는 졸음'이 쏟아져 기절하듯 잠드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졸리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졸음이 엄습해 오며, 심한 경우 말하거나 식사를 하는 도중에 잠에 빠집니다.

 

두 번째는 '허탈발작(cataplexy)'으로, 기면증 환자의 70% 정도가 겪는 근력 손실입니다. 격한 분노 또는 웃음 때문에 강한 감정변화가 생기면서 일부 근육의 힘이 갑작스럽게 풀리는 것을 말합니다.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는 뇌전증(간질)과 달리, 정신은 깨어있으나 몸의 일부분이 마치 잠에 든 것처럼 축 늘어지는 증상을 보입니다.

 

세 번째 증상은 환청이나 환시가 나타나는 '입면환각'입니다. 가위에 눌리는 것보다 더 뚜렷한 형체를 보고 뚜렷한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쩌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3개월간 매일 이런 일이 반복될 때 기면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증상은 수면의 시작이나 끝에 나타나는 '수면마비'입니다. 역시 의식은 있으나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인데요. 복용하고 있는 약에 의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구별해야 합니다.

 

기면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야간수면다원검사와 주간검사 등 상당히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며 한 번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평생 치료해야 합니다. 그러나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데요. 교대 근무자나 항공 승무원 같이 시차가 나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모다피닐이 대표적으로 쓰입니다.

 

상당수의 기면증 환자가 처음에는 단순한 졸음으로 치부하고 병원을 찾지 않다가 나중에 사고가 나서야 기면증임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졸음이 아니라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날 정도의 증상을 경험한다면 가급적 운전을 삼가고 빨리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 본 콘텐츠의 내용은 '나는의사다' 384회에서 발췌하였습니다.(출연: 연세휴클리닉 정신건강의학과 노규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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